-
비전공자의 42SEOUL 도전기Daily 2021. 12. 16. 02:37
42SEOUL을 지원한 이유
당시의 나는 예술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전공으로, 학과 특성상 3년 동안 기획과 디자인, 퍼블리싱을 주로 배우고 작업했다. 교육 과정에 자바스크립트와 유니티(C#) 같은 개발 관련 과목도 있었지만, 기초적인 부분만 겉햝기 식으로 배운 수준이었고 이론을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당장 프로젝트 식으로 무언가를 만들기에 바빴다.
그러다보니 내가 개발을 할 수 있다! 라고 말하기에는 무척 부끄러운 실력이었다. 3학년(전공심화과정) 진학과 동시에 완전히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면서, 나름대로의 노력을 했다.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서적을 읽으면서 기본기를 다지려 노력했고, 실무를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연합 동아리 활동도 참여했다.
이와 같은 노력 덕분에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만큼 불안한 기분 또한 크게 느껴졌다. 현실적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기획, 디자인 위주였고 교과목 프로젝트를 병행하다 보니 온전히 개발 공부에 시간을 쏟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제로 악명 높은 우리 학교...) 프론트 개발 파트로 프로젝트에 참여해도 서비스를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에 치우쳐 당장 할 일을 해치우는 데 급급하기도 했다 😂
기본적인 개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점점 어려운 기술을 사용할수록 헤매는 시간이 길어졌고 자신감도 부쩍 떨어졌다.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에는 개발 쪽을 아예 모르다 보니 어떤 것을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지식을 갖추는 게 중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고민이 길어지는 만큼 스스로 개발 직군에 적합한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러던 중 동아리 개발자 분께서 42 Seoul 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번 해보라며 추천해주셨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고 밑바닥부터 공부를 하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지원했다.
1차 온라인 테스트는 게임 형식이었는데 주변 개발 공부를 하는 지인들이 다 붙어서 처음에는 대부분 통과시켜주는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았다는 이야기...) 그렇게 1차를 통과한 후, 2차 라피씬 (한 달 시험 과정) 참여를 위해 휴학 신청을 했다. 라피씬 기간이 11월 한 달이었기 때문에 학교와의 병행은 무리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라피씬 참여가 목적이기는 했지만, 주 목적은 이번 기회에 정말 개발만 파보고자 휴학을 선택했다. 학교 특성상 1년 단위로 휴학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을 나라는 걸 믿는다. 🔥
라피씬을 경험하다
대학교에서 주로 UI/UX 기획 및 디자인을 배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웹 퍼블리셔 또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의 모습만 그려왔다. 주로 했던 프로젝트가 웹/앱 분야이기도 했고, 한 분야의 경험만 계속 쌓다 보니 타 개발 분야는 선뜻 도전하기가 어렵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에게 라피씬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다. 주변에 기획자, 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은 많았지만, (동아리의 현직 개발자 제외) 개발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는 없었기 때문에 여기 모인 모두가 개발자를 꿈꾸는 것도 신기했고, 컴공에서 할 법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신기했다.
프로그래밍의 기본인 C언어 또한 처음 접해봤고, (검은 화면에 흰 글씨의) 터미널로 코드를 작성하는 것도, GUI 가 아닌 명령어로 컴퓨터를 다루는 것도 처음이었다. 모든 게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툴렀지만, 하나씩 찾아가고 배우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다.
라피씬 과정 자체가 교수, 교재 없이 동료학습으로만 진행되는 방식이라 무엇을 얼만큼 어떻게 해야하는지 아무 가이드도 주지 않는다. 해결해야 하는 서브젝트를 주고 하나를 해결하면 다음 서브젝트가 열리는 일종의 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라피씬을 참여하는 한 달 동안 다른 동료들의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속상한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은 한 번에 이해하는 걸 알아듣지 못해 자괴감을 느낀 적도 있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를 만나면 밤을 새며 끙끙대기도 했다. 점점 포기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마찬가지로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당시 함께하던 사람들과 같이 붙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하루 12시간 이상 클러스터(교육장)에 붙어 있었고, 집에 가서도 노트북으로 서브젝트 공부를 했다. 밤도 무척 자주 새서 오전 6시마다 사람들과 같이 맥모닝을 먹었다. (나중에는 친해져서 최종 시험 끝나고 같이 모여서 놀기도 했다 😄) 내가 참여할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에 격일로 운영이 되면서 매일 클러스터에 가지 못했었다. 그래서 같이 공부할 사람들을 모아 스터디를 만들어 운영했었는데, 다들 열심히 참여해준 덕분에 평일이든 주말이든 모여서 더욱 열심히 🔥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우리 스터디 사람들 모두 본 과정 합격했음!)
신기하게도 처음 터미널로 파일을 만드는 것도 어려워했던 내가, 후반부에는 다른 사람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 때 악착같이 공부한 보람이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라피씬을 참여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뭐든지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는 게 개발이라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깡과 끈기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떤 언어와 기술을 사용하고 어떻게 코드를 구성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 언어와 기술을 사용해서 어떤 것을 만들어내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 또한 알게 되었다. 즉, (웹 프론트엔드에 국한된 개발자가 아닌) 원하는 것을 만들기 위해 기술을 자유자재로 적용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합격 여부와 관계 없이, 라피씬 과정 자체가 나처럼 길을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피씬을 하면서 내가 개발을 즐거워 한다는 사실과 어떤 개발 분야든 도전하면 된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무척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 물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Born To Code
결과적으로 3기 합격! 본 과정에서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코딩해야겠다 🎉
